플레이 날짜: 2020. 10. 9.
GM: 아본
플레이어: 류비엠
※본 후기의 시나리오는 PC의 설정에 맞춰 대폭 개변되어, 원래 시나리오와 다른 내용이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모로 씨는 뭐랄까, 항상 앞을 보고 달리고 있는데 가끔 뒤를 확인하는 것 같다고……
두고 온 것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왔거든요.
그런데 이제 앞만 보고 달리는 모로 씨가 됐네요.
정말…… 멋져요."
<둘이서 수사> 공식 시나리오 도장깨기 캠페인... 아본님과 어언 1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는 「마키노야」 콤비의 19번째 이야기. 롤앤롤 178호에 수록된 공식 시나리오 「환영받은 탐정(원제: 歡迎される探偵)」의 후기입니다.
원래 후기를 쓸 때는 정갈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쓰고 싶어서(그렇게 후기 부채만 늘어나고) 이렇게 당일 날 것을 쓰는 게 처음이라 조금 두서 없는 후기가 될 것 같네요. 뭐 언제는 두서 있었던 후기였던 마냥...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좋은 세션을 하고 나면 그 날 하루종일 여운에 촉촉하게 젖어있느라 아무 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는데... 이건... 아... 지금 당장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어디에다 쓰지 않으면 더 타오를 것 같은 기분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
마키노야의 탐정, 모로미자토 코모리(이하 모로상)의 백스토리는 마키노야 콤비가 만났던 기념비적인 캠페인 첫 세션인 「그림이 흘린 피눈물」 후기에 적어놓았습니다만,
온천으로 유명한 지방의 소도시, 타카가케시. 29살의 '모로미자토 코모리'는 이 촌동네에서 태어나 자라고, 동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타카가케시 시청의 공무원이 되어 일하고 있다는 설정이었어요. 코모리가 아직 어렸을 적, 괴한들이 초등학교로 침범해 인질극을 벌였던적이 있었는데 그때만해도 작은 시골동네다 보니 경찰 배치도 엉성했고... 그런 위기의 상황에 코모리를 도와준 어떤 탐정이 있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잊어버렸지만 코모리는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그 모습을 자신의 영웅으로 삼고 '나도 남을 도와주는 탐정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리고 어렸을적 자신의 영웅을 기억하려던 노력이 '순간기억능력'을 발현시킵니다. 이후 수사와 추리 등에 관심을 보이던 코모리는 마을의 제일가는 유명인사이자 추리소설의 대가, '히비메 사이조'의 열혈 팬이 됩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명성을 뛰어넘는(!)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가 된 히비메 사이조는 작은 온천마을의 자랑이었고, 그는 자신이 태어난 타카가케시에서 큼지막한 저택을 지어 소설을 써냈습니다. 이후로 타카가케시는 온천 마을이라는 유일의 아이덴티티와 더불어 사이조의 명성을 업고 도시 수준으로 번성하게 되었구요.
위 글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 보이시나요? 제가 어떤 업보를 받을지 모른채 쓴 것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년 전 유괴사건에 휘말렸던 모로상은 어느 이름모를 탐정님에게 구출이 되고, 그날부터 탐정이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치에를 만났고, 지금의 조수인 마키도 만날 수 있었죠.
어떤 사건에서 어떤 범인을 마주하든, '인류애'라고 말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으로 범인과 피해자에게 따뜻하게, 때로는 따끔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모로미자토 코모리라는 탐정이었어요. 자신의 고향인 타카가케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정말로 이상한 버릇()으로 조수인 마키를 자주 놀라게 하는 그런 탐정님이기도 하구요.
모로상이 이런 탐정이 될 수 있도록 해줬던건,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주었던 탐정님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유괴범에게 달려들어 무릎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게된 모로상을 다정하게 달래주며, "집에 돌아갈 때까지 지켜주겠다."고 다독거렸던 탐정님. 어렴풋이 떠오르려고 하는 모습과, 꼭 안겼던 그 등만을 기억하고 있는 탐정님...
모로상에게 있어선 그 날 만났던 탐정님은 미래를 만들어준 계기이자, 한편으로는 과거의 미련이기도 했어요. 자신의 히어로였던 탐정님과 만날 날을 기다리는 것은, 「그림이 흘린 피눈물」에서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던 자신의 옛 조수-치에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지만 달랐죠. 치에와의 만남을 위한 기다림은 먼 미래에서 피어나고 있었지만, 탐정님과의 만남을 위한 기다림의 뿌리는 20년 전의 과거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모로상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건네주었죠. 그 시절, 탐정님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 앞에서 의연하려고 노력했던 건지 몰라요. 말랑말랑하고 인정(人情)많은 모로상이지만 남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적은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모로상은 18개의 사건과 마주하고, 18명+@의 범인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추억을 쌓아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PC의 TMI를 쓴 이유는... 이 시나리오, 소재가 '유괴'이기 때문입니다. 유괴... PC의 백스토리에 밑줄 쫙쫙 별표 3개 동그라미 쾅쾅 박혀있는 소재... 심지어 이 시나리오, 작년 7월에 나온 시나리오예요. 캠페인 4화쯤 진행되었을 때 툭 나온 최종 콘텐츠... 그때는 헐 공식이 알아서 시나리오 뱉어줌;; 공식이 우릴 보고 있는게 분명하다 ㅇㅁㅇ;; 하면서 아무말을 했었는데요ㅋㅋㅋㅋㅋ 사실 이 시나리오를 일찍 갈지, 나중에 갈지도 모르던 상황이었어요. 아마 이 시나리오를 캠페인 초중반에 왔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요. 여튼 이 중요한 소재가 담긴 소재를 제가 까서 돌릴지, 아본님이 까서 돌릴지 고민하다가 역시 최종 콘텐츠는 탐정이 PC를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아본님께 맡겨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운명의 날이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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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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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페이즈에서는 지난 달, 타카가케를 떠들썩하게 했던 '페르세포네' 사건이 끝난 후의 느긋한 일상을 그리고 있었네요.
무시무시한 생화학테러 바이러스가 들어있었던 작은 상자에는, 어느덧 알록달록한 사탕이 들어있었습니다. 마치 사X방 사탕같이(ㅋㅋㅋ) 알록달록한 맛이 들어있던 사탕. 그리고 여기서 알게 된 마키의 사탕 취향... 파인맛과 사과맛만 골라먹는 마키상... 너무 귀엽지 않나요? 네... 진정하겠습니다.
여튼 그렇게 파인맛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절규하고... 어째서 편식하는거야 이 사람!!! 부잣집 도련님인데!! 그래서 편식하는거야?! 라는 차마 채팅에서 롤플하지 않았던 말을 마음 속에서 외치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만... 탐정이란 존재는 걸어 다니면 사건이 다가오는 존재죠. 덕분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게 된 이 타카가케에 또다시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말 그대로 시작부터 클라이맥스였어요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이전의 사건이었던 '페르세포네'의 오카 세이야가 생화학테러 바이러스를 손에 쥐면서 펼쳐보였던 화려한 쇼맨십... 그걸 모방한 범죄가 이 타카가케에서 또 일어나고 만 것입니다. 아니 대체... 왜... 그런걸 따라해...ㅋㅋㅋㅋㅋ 다행히도 생화학테러는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폭탄 테러를 일으키려고 하는 폭탄마 산죠!!! 하지만 모로상에게 폭탄이란? 이미 여러번 해결한 전적이 있는, 그런 인연(?)이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주변의 시민들에게 피난령을 내리고 텅 빈 거리를 돌아다니며 폭탄마를 잡고, 폭탄마가 마지막까지 불지 않은 보험용 폭탄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을 때! 무언가를 마주치고 맙니다.
분명 피난령이 내려져 아무도 없어야할 이 거리에 사람이 있는 집이?! 미심쩍은 생각에 찾아간 그 집에는 폭탄마와는 다른 또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유괴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집이었죠. 그 때문에 시청에서 내린 피난령에도 대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집에 남아있던 상황이었어요. 모로상에게 있어 유괴 사건은 저 위에 구구절절 언급했지만(ㅋㅋㅋ) 정말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흔쾌하게 승낙했었어요.
유괴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히이로 가', 그리고 히이로 가의 가주 '히이로 요타'와 그의 부인 '히이로 유미'. 유괴당한 것은 두 사람의 딸인 '히이로 카에데'였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했다는 형사는 '사노 아츠히토'였는데요. 이 형사... 사건 발생 페이즈에서 엄청 수상했었어요. 초동수사로 <변화>로 판정했는데 뭔가 생각하면서 말하고 있다고 하지 않나, 집에서 도청기를 발견했는데 전파 재킹이 될 수 있다고 휴대폰을 몽땅 수거해서 보관하려고 하지 않나... 유괴범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서슴지않게 하지 않나... 그리고 이상한데서 결정적인건, 저희 캠페인 1화부터 쭉 함께해주신 오사카베 형사님도 인장이 없는데, 왜 너는 인장이 있어? 역시 너, 무지무지 수상해!!!! 하면서ㅋㅋㅋㅋ 용의선상에 올렸단 말이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그런데 이걸... 세션하면서 순간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왜 잊었는지는 바로 밑에서 나옵니다(?
여튼 여기저기 히이로 가를 조사하는데 어라... 히이로가 3억엔을 모으자마자 유괴당했다고? 어라? 이건 도청기? 어라... 유괴범이 어제 딸하고 접촉했다고? 어라어라... 이거 완벽한 계획 범죄? 호오호오... 유괴범 너 지금 엄청 허술한데?! 이거 좀 수상한데?! 하면서 와 완전 수상해~~~하면서 이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정상적인 추리를 하고 있었어요. 믿어주세요(?) 사실 시나리오 소재가 유괴인만큼 음... 여기서 뭔가 터지겠군!! 하면서 내심 잔뜩 긴장하고 있었고... 한편으로 에이 설마 여기서 탐정님이 나올리가^^ 하면서 안심하고 있어요. 뭔 자신감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ㅋㅋㅋ...
그런데 중요 키워드도 아니고, 단순 키워드가 나오는 씬인데... 갑자기 신문기사 핸드아웃이 나오는 거예요. 게다가... 미츠보시?! 미츠보시라면... 인세인 「크림힐트의 섬」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콩가루 집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뻘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개변 요소에도 아본님의 애정이 묻어나서 너무너무 좋았었어요!!ㅋㅋㅋㅋ
여튼 중요한건 미츠보시가 아니고ㅋㅋㅋㅋㅋㅋ 이 신문기사는 20년 전, 어떤 명탐정의 실추를 기록하고 있었어요. 기후 현에서 탐정업을 하고 있던 H 탐정은 미츠보시사로부터 부탁받은 산업 스파이 색출 의뢰를 색출은 커녕 오히려 산업 스파이에게 뒤가 밟히고 있다는 것을 들켜버렸던 거죠. 덕분에 산업 스파이는 미츠보시사의 기밀은 경쟁사에게 모두 풀려버리고... 이 사건으로 H 탐정은 수억엔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야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음... 그렇군...하면서도 뭔가 쎄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오른쪽단의 기사를 읽으니까... 20년 전 아동 5인 유괴사건에서 큰 활약을 벌여 10억엔 대의 돈을 요구한 사건을 해결했다는 거예요. 여기서 아? 소리가 절로 나오고... 20년 전이면 모로상도 초등학교 4, 5학년일 나이였거든요. 그래서 아? 아아아?? 아아아아?????????? 하면서 1차 스턴이 걸렸고...ㅋㅋㅋㅋㅋㅋㅋ모로상의 기억 속, 아주 깊은 서랍 속에 있었던 기억들이, 점점 선명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었어요. 마치 막혀있던 둑이 터지면서 물이 터져나오듯이요.
여전히 그 얼굴과 이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 앞에서 모로상의 기억은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자신을 구해준 탐정님은... '영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히이로'라는 이름을요.
하지만 문제는 이 유괴사건이 미츠보시사의 자금 세탁용 위장 사건이었다는 사건이었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아주 거대한 "쇼"였죠. 잘 짜여 굴러가던 극본에서 예정없이 난입한 관객. 극단주-미츠보시사는 이 난입객을 함정에 빠뜨리기로 생각했습니다. 산업 스파이를 잡아달라고 하면서,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버린 것... 이조차도, 전부 거대한 '조직'이 벌인 "쇼"였던 거예요.
그렇게 과거의 명탐정이었던 거대한 악의, 거대한 집단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히이로의 곁에는... 슬프게도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요. 그렇게이 히이로는 모로상에게도 말합니다. "탐정은 결국 혼자고, 거대한 악의 앞에선 이길 수 없다. 탐정은 고작 그런 존재다."라고요.
하지만... 모로상은 저 말을 부정하고 싶었어요. 그날, 히이로가 구해준 덕분에 모로상은 이 길을 걸을 수 있었으니까요. 혼자가 아니라고, 언제나 나는 당신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당신의 눈 앞에, 그날 당신이 구해줬던 아이가 있다고 외치면서 전력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여기선 참을 수 밖에 없었어요. 아직 사건은 해결된 것이 아니었고... 모로상도 굉장히 마음이 복잡했을 거예요.
그렇잖아요? 세상 누가 자신이 동경했던 영웅의 좌절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겠어요. 눈부시게 반짝이던 사람이, 그 빛을 잃고 모든걸 포기하며 낙담하고 있는 모습을... 눈앞의 어린아이는 그 반짝임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여기서 모로상은 울 수 밖에 없었어요. 다른 선택지가 생각나지 않았고... 그냥 저도 울고 싶었고(ㅋㅋㅋ큐ㅠㅠㅠ) 그저 말없이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마키 앞에서 하염없이 울었는데... 제가 위에서도 썼지만 모로상이 이렇게 펑펑 울었던 세션이 없었거든요. 슬퍼도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지 엉망이 될정도로 울었던 적은 없었어요. 유일하게 이렇게 울었던건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이 함께 사랑했던 사람을 기다리게 되었던 「그림이 흘린 피눈물」 때였죠. 뭔가... 이걸 또 떠오르니 마음속으로 왈칵하는 감정이 쏟아졌어요ㅠㅠㅠㅠ 이렇게 실컷 울고 모로상도 비로소 자신이 마키에게 한번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고...
사실 마키에게 모로상이 자신이 탐정을 꿈꾸게 된 계기를 이야기 해주는 건, 정말 중요한 타이밍에서 해야지! 하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딱 맞는 세션에서 자신의 과거를 털어낼 수 있었다는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아마 마키도 궁금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옆에 있는 이 탐정님이, 왜 공무원을 하면서 탐정도 같이 하고 있었는지요. 물론 치에에게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코모리는 치에에게도 이렇게 심도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조금 낯부끄러운 어린 시절의 이야기잖아요ㅋㅋㅋㅋ 그냥 어린시절 탐정님에게 도움을 받아서 그랬다~ 정도로 말하지 않았으려나. 이렇게 자신이 입었던 영광의 상처까지 드러내면서 세세하게 이야기하진 않았을텐데... 기다리는 것을 가장 잘하는 멋진 조수는, 오랜 시간동안 탐정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길 기다렸고... 그 답을 결국 오늘 들었다고 생각하니까 또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울컥해지더라구요. 아아...ㅠ0ㅠ0ㅠ
어쨌든 모로상은 어떻게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고, 그리고 여기서 저도... 알.카.1을 진행할 때까지 생각했었던 모든 의문점마저 날려버리게 되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진짜 사노보고 완전 수상하네~ 너 뭔가 있지~ 최소 범인이거나 뭔가 있다~~ 하면서 생각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얘를 수상하게 여겼다는 걸 후담하면서 떠올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탐정에 과몰입한 나머지 단서를 모두 잊어버린 멍청이가 있다?!?!?!😂😂😂
이렇게 저만 깨닫지 못한 얼레벌레가 된 상태(ㅋ)에서 사건의 수사는 계속 됐어요.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이란...! 유괴범인 '쿠기야마 아라타'와 '히이로 유미'가 불륜 관계고, 그리고 이 사실을 요타는 여전히 남아있는 '명탐정'의 감으로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 이미 유미와 아라타가 유괴 사건이라는 거대한 "쇼"를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요타는 모든걸 포기하려고 했어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부부생활 속, 자신을 더 사랑해주는 젊은 남자를 만난 유미를 놓아주고, 그리고 그에게 자신이 20년간 모아온 3억엔의 돈을 주고... 결국 결별해서 유일한 딸인 카에데마저 그들에게 보내줄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저는 혼자서 어엔라를 찍었고... 하... 아니 아저씨... 아니 탐정님!!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요!!!를 하면서 아저씨를 설득하는데 과몰입한 나머지... 사건의 진상을 완전 이상한 퍼즐로 맞추고 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떡하지? 사실 이거 후담에서도 말하지 않았지만ㅋ 솔직하게 말하자면ㅋㅋㅋ 요타는 유미가 쿠기야마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과 둘이 판을 짜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이 일을 저지르기 전에 요타가 쿠기야마한테 미리 선수를 쳐서(ㅋㅋ) 내 아내와 딸의 행복을 위해 이 유괴 사건을 벌이렴...하고 말한 흑막같은 역할인줄 알고??!?! 혼자 완전 이상한 생각했단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말이 안 맞는데 저걸 보던 당시의 저는 저런 황당무계한 추리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한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해도 야 저건 좀??? 아닌거 같은데???라고 알 수 있었는데... 진범=탐정님이라고 철썩같이 믿고...ㅋㅋㅋ 참내 정말 어이없어... 하...(과거의 스스로 때리기)
사건을 얼레벌레 이상하게 맞추는 것과 별개로... 여기서 모로상은 자신의 옛 영웅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손을 꼭 잡아줍니다. 히이로 씨도 좋은 탐정이었다라는, 아직 전달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 입에 꼭 담으면서 말이죠.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면서 마키는 이렇게 진심전력을 다해 할 수 있는 것만이 모로미자토 코모리라는 탐정의 강점이며, '모로상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강한 감정으로 삼으셨는데... 이 장면이 정말 저에게는 묵직하게 박혔던 순간이었습니다.
둘이서 수사는 시스템적으로는 아무래도 탐정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룰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수는 이래저래 제약이 많은 PC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탐정을 지켜보고 그에 대한 감정을 오롯이 기억할 수 있는건 조수 뿐이잖아요. 그런 조수가, 자신의 탐정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이런 이야기를 강한 감정으로 삼았다는 것, 게다가 기록으로 남는 시트에 그 감정을 새겼다는게... 얼마나 가슴을 찌르며 다가오던지요ㅠ 엔딩곡을 들으면서 곱씹으니 감동이 더욱 벅차올랐습니다.
이건 다른 세션 이야기지만,「유령VS명탐정」 세션에서 모로상은 개성적인 탐정님들 사이에서 다소 평범한 탐정님이었어요. 다른 탐정님들은 가사의 달인이자 호텔 종업원이거나, 돈이 아주 많거나, 고용되었거나, 귀신을 퇴치하는 등 하나같이 튀는 성격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모로상은 '공무원 탐정'이라는, 일이 생기면 편히 민원을 넣을 수 있는 편안한 이미지로 세일즈를 했었거든요. 근데 곱씹어보니까 이 부분이 '모로미자토 코모리'라는 탐정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걸 생각하니까 아... 이게 정말 모두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였구나 하는게 비로소 더 확 와닿았어요. 이 한 마디를 위해 긴 세월을 달려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보상받는 기분 같은 그런 달성감이 느껴졌어요. 마키의 저 짧은 감정 묘사에서요...ㅠ
어쨌든 결과적으로 얼레벌레 진범을... 맞췄구요...(~인과 조작 삐로롱~) 알.카. 1의 내용을 싸그리 잊은 뇌가 아 그럼 설마 유미와 쿠기야마가 공범인건 맞고 사실 사노가 조수라서 요타를 도와줬구나?!?! 하는 더욱 황당무계한 추리도 했었지만... 저의 부끄러움은 여기까지 적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인질극은 유미와 쿠기야마, 사노 3인방이 처음부터 계획했던 쇼였어요. 그리고 이 "쇼" 때문에 이미 여러번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요타는... 모든걸 알고서도 묵인하려고 했죠.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완벽하게 짜인 각본. 그리고 그걸 묵인하려는 감독. 무대 위에서 주연 3인방의 계획대로 모든게 순조롭게 흘러갔고, 모두의 눈을 속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쇼를 지켜보고 있었던 관객이 보였던 진심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를 향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모로상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요타에게 꺼내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고,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이마저도 요타는 모두 꿰뚫고 있었어요. 우리의 명탐정님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쭉 탐정이었네요. 아아... 마이 히어로...ㅠ0ㅠ 모로상도 그제서야 오래 묵혀두었던 말을 꺼낼 수 있습니다. 20년 전에는 무서움과 두려움, 아픔에 말하지 못했던 말과 감정."탐정님"이라는 말과, "감사하다."는 이 두 마디를요.
사실 여기서 "보고 싶었다"라는 대사를 칠까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모로상에게 그런 말은 굳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그 시절에 전하지 못했던, 진심어린 감사 인사 한 마디를 전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그 감사하다는 한마디에는 기다림, 그리고 만남의 감정도 모두 섞여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로그를 쭉 복기하면서 깨달은 건데... 코모리가 탐정님을 지칭할 때 OOO 탐정님처럼 앞에 이름이나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오로지 '탐정님'이라고 지칭한게 이번이 처음이더라구요. 자신 안의 '탐정'이라는 존재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히이로 한 명이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또 울컥했다는 후문...
그렇게 코모리는 이제서야 영원히 쫓을 수 없을 것 같던 등을 잡았고, 자신이 동경하던 히어로와 나란히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모로미자토 코모리는, 이제 더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는 멋진 탐정이 되었어요.
과거, 히이로와 있었던 인연은 계기이자 어찌보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주박이었죠. 혹시라도 만날 수 있을까.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까. 그런 마음 때문에 앞으로 달려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거나 뛰는 속도를 줄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말을 마키가 딱 내뱉어주니까... 모로상도, 그리고 그 뒷사람인 저도 아... 하고 뒤통수를 팍! 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요?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구요. 위에서도 썼지만, 이 과거에 두고 온 일말의 미련은 모로상을 나아가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멀리나아갈 수 없게 하는 사슬같은 거였어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분명 더 나아가고 나아가는데, 보이지 않는 큰 벽에 가로막혀서 그냥 거기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요. 지금 당장은 달려갈 수 있을지라도, 모로상은 언젠가 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게 됐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비로소 뒤에 두고 왔던 것을 모두 품에 안고 달려가게 될 수 있었던 덕분에 그 보이지 않는 벽을 부수고, 옭아맸던 사슬도 끊고 저 앞의 결승점만을 보고 갈 수 있게 되었어요.
엔딩에는 두 사람 모두 핀트 다른 미래를 꿈꾸며...(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으로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지었어요. 차갑고 딱딱한 돌벽. 유리벽 너머에 있는...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히비메 치에'의 웃는 얼굴로 긴 사랑의 이야기에 막을 내렸네요.
이 모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던건... 18개(하나는... 비록 패러랠일지라도...ㅋㅋㅋ)의 이야기를 함께하며 쌓아올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PC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플레이어도 모두 포함해서요!
제가 트위터에서도 썼지만... 이건 정말 1년 5개월, 18개월분의 사랑을 한꺼번에 보따리로 받아서 돌려받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지금... 나름 정제된 척하면서 굉장히 정중하게 쓰고 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엉성한 짧은 후기를 쓰면서도 눈물을 몇번이나 쏟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좀더 벅찬 감동을 표현하고 싶은데... 왜 이것 밖에 못쓴담... 슬프다...
아니 하지만 생각해보세요(종이 찢는 짤) 이렇게 기나긴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시나리오의 내용을 이렇게 개변한다는게, 솔직히 왠만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건 정말, 플레이어가 PC를 사랑하고, PC가 PC를 사랑하고, PC가 NPC를 사랑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차원마저 뚫어버리는, 엄청난 크기의 사랑이라구요, 이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다른 후기에서도 종종 쓰는 말이지만, 저는 제목에서 주는 시나리오의 의미를 좋아하거든요. 처음에 「환영받은 탐정」이라는 시나리오 제목과 개요만 읽었을 때는 뭐지?? 싶었는데 세션을 끝나고 나니... 이보다 적절한 제목이 어디있을까. 하면서 또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나고...ㅠㅠㅠㅠ
그렇잖아요? 코모리가 요타를 환영하고, 그에 응해 요타도 코모리를 환영하고... 오랫동안 구치소에 있던 치에가 코모리와 마키를 환영하는... 옛 탐정과 지금의 탐정이 모두 환영받는 이야기잖아요. 마키와 코모리, 두 사람의 긴 이야기에 대단원에 지극히 어울리는 멋진 이야기로 딱이지 않나요? 첫 세션에서는 떠나 보내고,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에서는 만남과 환영으로 끝났다구요... 아 어떻게 과몰입을 안 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각본대로 짜여진 쇼였지만, 그 쇼에 감명받은 어린아이가 무대 위로 올라, 어린 시절의 영웅을 환영할 수 있었던 이야기. 환영한 사람이 환영받고, 환영받은 사람이 환영하는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의, 추억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좋았다는 말 밖에 못쓰겠어요ㅋㅋㅋㅋ 좋았다는 말을 어떻게 더 장황하게 써내리는가... 저는 마키노야 넣으면 좋아를 출력하는 스크립트 기계이며...(중얼중얼)
매번 이렇게 기적같은 이야기를 받아도 되는건가... 늘 생각합니다. 사실 저나 아본님이나 마키노야 그냥 여기서 샷다 내려도 되지 않아요?ㅋㅋㅋ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두 사람의 이야기의 '결'로서 너무나도 완벽한 이야기였어요. 기승전결 완벽한 이야기를 찾으시나요? 마키노야의 둘수사 로그를 보시면 됩니다... 전 진심이라구요...😂😂😂😂😂
정말로 선물같은 세션이었어요.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보다 더 소중합니다. 묵직한 애정을 이렇게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건 언제나 행운이고, 또 감사 뿐이에요. 19개의 세션이라는 긴 세션동안 함께 해주시는 아본님 제가 매번 감사하다고 하지만 저는 감사하다는 말에 진심을 제외하고 말한 적이 없어요...(진짜입니다 믿어주세요 제 눈물 8할도 모두 아본님 거예요...)
이래저래 헛다리도 많이 짚고(ㅋㅋㅋ) 헛소리도 많이하고... 스스로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일으켜 세워주시고 함께 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미 한 번 결승점에 들어왔지만, 곧 시작할 두 바퀴째도 잘 부탁드려요...! 저도 모로상도 힘내서 달리겠습니다.
이제 앞으로 마키노야는 외전만이 남아있네요. 수수께끼의 목소리, 괴도 트뤼프를 잡기 위해!!! 「여신은 해상에서 미소짓는다」의 복수... 꼭 해내고 말거라구요...ㅋㅋㅋ큐ㅠㅠㅠ 흑흑 두고봐 트뤼프쟝~~! 나의 맬렁빵떡깜찍이... 그 도전을 받아주겠어!!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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